헌법개정안 공고에 따라 오는 4월 8일부터 국민투표 국외부재자 신고와 재외투표인 등록신청이 시작됐다. 헌법 개정 여부를 결정하는 국민투표는 단순한 선거가 아니다. 국가의 기본 질서를 바꾸는 역사적 결정이다. 해외에 거주하는 재외국민에게도 동일한 주권 행사 기회가 주어진 이유다.
하지만 일본 내 재외국민 투표 참여 현실은 여전히 초라하다. 일본은 전 세계에서 한국 국적 재외동포가 가장 많이 거주하는 국가 가운데 하나지만, 실제 재외선거와 국민투표 참여율은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 등록률도 낮고 실제 투표율은 더 낮다. 한일 양국 경제·안보·외교 현안에 직접 영향을 받는 지역에 살면서도 정작 대한민국 정치 과정에는 소극적인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
문제는 단순한 무관심으로 치부할 수 없다는 점이다. 재외국민 사회의 정치적 영향력이 약하면 한국 정치권 역시 재외동포 정책을 우선순위에서 밀어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재외국민 교육, 연금, 세제, 영사서비스, 복수국적, 차세대 지원 정책은 늘 후순위로 밀려왔다. 표의 힘이 약하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은 재외국민 투표 확대 가능성이 큰 지역이다. 도쿄와 오사카 등 대도시 중심으로 교통 접근성이 높고, 한인사회 조직도 비교적 잘 갖춰져 있다. 그런데도 투표 참여가 저조한 것은 제도 홍보 부족과 함께 “해외에 있으니 한국 정치와 거리가 있다”는 인식이 여전히 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재외국민의 삶은 한국 정부 정책 변화에 직접 연결돼 있다. 환율, 세금, 병역, 국적, 출입국 정책 모두가 영향을 미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재외국민 사회 내부의 정치적 체념이다. “해도 바뀌지 않는다”는 분위기가 굳어질수록 정치권 역시 해외 유권자를 중요하게 보지 않는다. 결국 악순환이다. 참여가 적으니 영향력이 없고, 영향력이 없으니 정책 관심도 줄어든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일본 내 재외국민 사회가 단순한 경제 공동체를 넘어 정치적 권리 공동체로 성장해야 한다. 투표 참여는 가장 기본적이고 가장 강력한 권리 행사다. 특히 헌법 개정 국민투표는 대한민국 미래 방향을 결정하는 문제인 만큼 해외 거주 국민 역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재외국민 투표 확대는 단순한 숫자 경쟁이 아니다.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외연을 넓히는 일이다. 일본 거주 한국인 사회가 더 이상 ‘조용한 유권자’로 남아서는 안 된다. 정치적 존재감을 키울 때 비로소 재외동포 정책도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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